정양진의 역사 르포

병무청장과 애저찜

竹泉 2012. 8. 27. 22:14

- 호남지방의 토속음식 애저찜 -

1966년 초여름으로 기억한다.

그때 전남 병무청에서는 예비군 동원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

월요일 아침 청장실을 나온 여비서가 청장님이 들라카시네요” “부르셨습니까?” “정군 니 고향이 전라도니까 애저찜 잘 알겠구만?” “네 잘 압니다” “대구에도 있는가 한번 알아 보그라여비서, 홍종영 병장과 함께 전화번호를 뒤지고 이사람 저사람 들에게 애저찜에 대하여 물어봤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애저찜을 하는 음식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서무과의 동기 권경록에게 일요일에 나갈 외출을 신청 해뒀다.

대구시내 중앙통의 음식점들을 둘러 볼 생각이었다. 일요일 아침 서둘러 청사를 떠나 번화가인 중앙통을 오전 내내 찾아보고 음식점에 물어봤다.

대구시내에서 가장 번잡하다고 알려진 대구역과 동성로 주변을 구석구석 돌아보고 물어봤으나 애저찜이 뭔기요?” “대구엔 없어예대답들은 하나같이 그랬다.

전통문화는 나라와 그 지역에 따라 다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으며 음식문화 또한 그와 같은 흐름으로 안동에는 안동간고등어가 광주에는 애저찜이 수백 년 동안 그 맥을 이어 온 것이다.

대구에서 애저찜을 찾아볼 수 없듯이 바다가 가까운 광주에서 간고등어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남병무청은 예비군 동원훈련을 참관하였던 각 도의 병무청장들에게 애저찜을 대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 간부회의가 끝날 때쯤 애저찜에 관한 결과보고 차 청장실로 들어갔다.

전화번호부를 뒤지고 어제 시내를 둘러봤는데 애저찜을 한 음식점이 없었습니다. 대구에는 애저찜이 없답니다.”

빙신 같은 것들 그렇게 맛있는 걸 안 해서운한 기색을 뒤로하고 청장실을 나왔다.

    

애저는 아이의 애와 돼지 저()로 아기 돼지라는 뜻이다.

1815년경 발간된 규합총서돼지 새끼집을 시루에 쪄서 갖은 양념과 함께 먹는다고 기록된 애저찜은 전라도 지방의 토속음식으로 갓 태어난 새끼돼지 또는 생후 1개월 전 후의 어린 돼지가 고기가 담백하고 부드러워 그 맛이 으뜸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때부터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던 애저찜이 경상도 쪽에서 버림받았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푹 삶은 고기를 식기 전에 새우젓과 양념된장을 발라 뜨끈뜨끈한 걸 도마 곁에서 먹으면 천하 제일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에 애저를 넣고 양념을 잘하여 졸여 술 한 잔 곁들이면 그 보다 맛있는 안주거리가 없을 것이다.

기록은 어미돼지의 뱃속 애저가 몸에 좋고 맛이 있다고 하나 새끼 든 어미돼지를 잡아 애저찜을 만드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요즘은 양돈농가에서 어미돼지가 새끼를 너무 많이 낳았을 때 솎아서 애저찜의 재료로 쓰기도 한다. 어미돼지의 젖꼭지는 보통 12개로, 열두 마리의 새끼를 키울 수 있으나 간혹 열세 마리나 열네 마리를 낳은 때가 있다. 이때 젖꼭지 수를 초과한 돼지를 애저찜의 재료로 사용하게 된다.

어쨌거나 호남지방에서 즐겨 먹었던 애저찜은 생후 1개월 전후의 어린 새끼돼지를 많이 쓰고 있고 광주의 충장로와 금남로에 가면 애저찜 요리 집을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동원훈련에 관하여 간단히 언급하자면 전시 또는 그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여 국가의 보위 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국방부장관은 병무청장에게 예비군의 소집을 명한다.’ 소집일자와 장소를 지정, 응소 율을 체크하고 주소지에 거주사실을 확인함으로서 유사시에 신속하게 예비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다.

-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