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리산의 여름

竹泉 2011. 6. 2. 15:58


수리산의 여름


는개 그치고
안개 속 산길이 트이면
스님의 목탁소리가
見佛山의 아침을 연다.


古稀를 넘겼을까
긴 세월의 기억들을
휜 등에 짊어지고
지팡이 보다 더 짧은 몸을 추스르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두 팔이 빠질 것 같이
앞뒤로 흔들어대며
하얀 입마개를 한 중년의 아낙네도
빠른 걸음으로 비탈진 숲길을 내려온다.


해가 잘 드는 언덕배기에는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이 자리를 잡았고
큰까치수염의 하얀 꽃은 벌 나비를 유혹한다.


돌 사이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가파른 습지
어느 때부터 이곳에 터를 잡았을까
큰방울새난이 방울새 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오리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는 그늘에는
옥잠난초와 맥문동이
낙엽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장맛비 내리는 지루한 여름을 나고 있었다.


註 : 見佛山은 修理山의 옛 이름

2009년 어느 여름날에 竹泉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