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를 준비하며
앞마당 목련이 껍질을 벗던 날
새벽 잠 속까지 따라 들어와 서성이던
바람 소리를 마주하며
우리 가족은 이사를 했다.
습기 찬 서랍 같은
기억 깊숙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오래 젖은 축대처럼 불안하던
날들의 기억이
바스락거리던 인기척의 집.
날마다 등이 시린 잠을
주무시며 마른 기침을
토해내던 아버지의 납작해져 버린
그림자가 있었던 기억 속의 집.
하나의 방, 하나의 부엌
하나의 마루를 사이에 두고
찾아든 이와 떠나는 이의 짐이
대문 양쪽에 쌓인다.
가끔씩,
소중하던 새간살이 들이
하찮게 느껴지는 날에도
담가놓은 빨래를 건진다
유한락스 냄새가 질펀한 손으로
땀을 닦아도,
깊고 그윽해지는
그래서 결국에는 바스러지는
삶의 무늬들이 있었던 집.
늦은 밤 돌아오는 나의 길목에
언제나 달빛을 밝히시고 마중 나와
내 이름을 부르며
어둠을 털어 주시던 어머니
그때의 기억들을 추스르며
자주, 가족들의 채송화꽃 같은
얼굴들을 생각한다.
어젯밤 마지막 불을 지피던
어머니의 온기 아직 따뜻한 이불
미처 버릴 수 없는 온기를 품고
밤새워 길을 엮고
더딘 몸 재촉한다.
몸 보다 먼저 떠나버린 마음이
저만치 앞서,
대책 없이 거둬들이던
지친 삶이
굵은 생채기가 되어
습관처럼,
부러진 바늘로 삶의
옷을 기워 입으려 했던
거친 삶을 뒤로하고
되돌아 갈 수 없는
되돌아 볼 수 없는
새로운 시간의 꿈을 꾸며
트럭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