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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힐부득(努肹夫得)의 圓融性과 달달박박(怛怛朴朴)의 當爲性

by 竹泉 2012. 1. 28.

 

태안 마애삼존불

 

경남 창원의 白月山 자락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젊은이가 처자(妻子)를 거느리고 땅을 일구면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스무 살이 되던 어느 날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백월산에 올라 간 밤 꿈에 서쪽에서 백호의 빛이 쏟아지더니 금빛 팔이 두 사람의 이마를 쓰다듬은 상서로운 꿈을 꾸게 된다.

 

머리를 깎고 달달박박은 백월산 무등계곡 북쪽에,

노힐부득은 동쪽에 암자를 짓고 수도에 들어간 지 삼 년,

그러니까 통일신라 경덕왕 84월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다.

달달박박의 암자에 묘령의 낭자가 찾아든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서산에 지고 가도 가도 끝이 없네. 오늘 밤 자비로운 스님의 암자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려하니 마다하지 마소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낭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더라. 깜짝 놀란 박박스님, 보던 책을 덮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절은 청정한 곳이거늘 어찌 낭자가 머물 수 있으리오 다른 곳으로 가보도록 하시오청을 거절당한 낭자는 노힐부득의 암자로 들어 갔다.

해는 지고 산길은 첩첩인데 가도 가도 인가는 보이지 않네.

소나무와 대나무 그늘은 그윽하기만 한데 골짜기의 흐르는 물소리 더욱 살아나누나.

길 잃어 잘 곳 찾는 게 아니라 종사를 인도하려 하니 길손이 누구인지 묻지 마소서

부득스님은 낭자의 바램이 부처님의 뜻으로 보고

이곳은 낭자와 함께 있을 곳이 아니나 깊은 밤에 길을 잃었으니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으리오

안으로 들기를 청하고 글 읽기에 들어간다.

새벽녘 갑자기 산기가 있다면서 집 자리와 목욕통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물을 끓여 목욕을 도와주게 된다.

 

목욕을 마친 목욕통에 금물결이 출렁이는데 낭자 하는 말,

부득스님도 저 물에 목욕을 하시지요. 정신이 상쾌하고 맑아질 것입니다

부득스님 옷을 벗고 금물결 출렁이는 목욕통 속으로 들어간다. 어찌된 일인가 정신이 맑아지고 날아갈 듯 몸 가벼워지는데 낭자는 온데 간 데 없고 옆에 연화대(蓮花臺)가 놓여 있더라.

 

동 틀 무렵 박박이 어제 밤 부득이 파계를 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겠지. 

부득이 암자로 달려가 찢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연화대에 앉아있는 부득은 미륵불이 되어 있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박박이 예()를 갖추고 난 후에

부처님을 만났지만 깨닫지 못했습니다. 옛 정을 생각하여 길을 열어 주십시오

저기 목욕물이 남았으니 목욕을 하시지요목욕을 마친 박박이 스님은 무량수불이 되었다는 전설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내려오고 있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 깊은 밤 암자로 찾아든 낭자를 머물게 할 것인지 보낼 것인지에 관하여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학자들은 노힐부득의 관용을 원융성(圓融性)으로 달달박박의 문전박대를 당위성(當爲性)으로 본다.

두 사람의 목표는 분명 한 곳이었다고 볼 수 있고 계율을 파하지 않았다.

흔히 모나지 말고 둥글둥글 살라는 말은 목표를 향해 갈 때 노힐부득처럼 융통성을 갖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 보다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으로 시사(示唆)한 바 크다 할 것이다.

 

삼국유사를 쓴 중 일연이 努肹夫得을 기리는 칠언시(七言詩) ) 한 수를 소개하겠다.

곡암하귀이명연(谷暗何歸已暝煙) - 골짜기 어두운데 어찌 아득한 길 가리

남창유심차유련(南窓有蕈且流連) - 남창에 대자리 있으니 머물다 가오

야란백팔심심전(夜闌白八深深轉) - 밤 깊어 은은히 백팔염주 세고 있으니

지공성훤뇌객안(只恐成暄惱客眼) - 이 소리 시끄러워 길손 깰까 두렵네

 

위 시는 노힐부득이 암자로 찾아든 낭자를 방으로 들이고 책을 읽은 정황으로 추정해 봤다.

 

: 노힐부득(努肹夫得)圓融性과 달달박박(怛怛朴朴)當爲性에 관하여 을 뿐 특정종교를 찬양할 뜻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