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마애삼존불
경남 창원의 白月山 자락에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라는 두 젊은이가 처자(妻子)를 거느리고 땅을 일구면서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스무 살이 되던 어느 날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은 백월산에 올라 간 밤 꿈에 서쪽에서 백호의 빛이 쏟아지더니 금빛 팔이 두 사람의 이마를 쓰다듬은 상서로운 꿈을 꾸게 된다.
머리를 깎고 달달박박은 백월산 무등계곡 북쪽에,
노힐부득은 동쪽에 암자를 짓고 수도에 들어간 지 삼 년,
그러니까 통일신라 경덕왕 8년 4월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다.
달달박박의 암자에 묘령의 낭자가 찾아든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서산에 지고 가도 가도 끝이 없네. 오늘 밤 자비로운 스님의 암자에서 하룻밤 머물다 가려하니 마다하지 마소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낭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더라. 깜짝 놀란 박박스님, 보던 책을 덮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절은 청정한 곳이거늘 어찌 낭자가 머물 수 있으리오 다른 곳으로 가보도록 하시오” 청을 거절당한 낭자는 노힐부득의 암자로 들어 갔다.
“해는 지고 산길은 첩첩인데 가도 가도 인가는 보이지 않네.
소나무와 대나무 그늘은 그윽하기만 한데 골짜기의 흐르는 물소리 더욱 살아나누나.
길 잃어 잘 곳 찾는 게 아니라 종사를 인도하려 하니 길손이 누구인지 묻지 마소서”
부득스님은 낭자의 바램이 부처님의 뜻으로 보고
“이곳은 낭자와 함께 있을 곳이 아니나 깊은 밤에 길을 잃었으니 어찌 모른 척 할 수 있으리오”
안으로 들기를 청하고 글 읽기에 들어간다.
새벽녘 갑자기 산기가 있다면서 집 자리와 목욕통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물을 끓여 목욕을 도와주게 된다.
목욕을 마친 목욕통에 금물결이 출렁이는데 낭자 하는 말,
“부득스님도 저 물에 목욕을 하시지요. 정신이 상쾌하고 맑아질 것입니다”
부득스님 옷을 벗고 금물결 출렁이는 목욕통 속으로 들어간다. 어찌된 일인가 정신이 맑아지고 날아갈 듯 몸 가벼워지는데 낭자는 온데 간 데 없고 옆에 연화대(蓮花臺)가 놓여 있더라.
동 틀 무렵 박박이 ‘어제 밤 부득이 파계를 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겠지.
부득이 암자로 달려가 찢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연화대에 앉아있는 부득은 미륵불이 되어 있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박박이 예(禮)를 갖추고 난 후에
“부처님을 만났지만 깨닫지 못했습니다. 옛 정을 생각하여 길을 열어 주십시오”
“저기 목욕물이 남았으니 목욕을 하시지요” 목욕을 마친 박박이 스님은 무량수불이 되었다는 전설이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내려오고 있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이 깊은 밤 암자로 찾아든 낭자를 머물게 할 것인지 보낼 것인지에 관하여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학자들은 노힐부득의 관용을 원융성(圓融性)으로 달달박박의 문전박대를 당위성(當爲性)으로 본다.
두 사람의 목표는 분명 한 곳이었다고 볼 수 있고 계율을 파하지 않았다.
흔히 ‘모나지 말고 ‘둥글둥글 살라’는 말은 목표를 향해 갈 때 노힐부득처럼 융통성을 갖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 보다 더 빨리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으로 시사(示唆)한 바 크다 할 것이다.
삼국유사를 쓴 중 일연이 努肹夫得을 기리는 칠언시(七言詩) ) 한 수를 소개하겠다.
곡암하귀이명연(谷暗何歸已暝煙) - 골짜기 어두운데 어찌 아득한 길 가리
남창유심차유련(南窓有蕈且流連) - 남창에 대자리 있으니 머물다 가오
야란백팔심심전(夜闌白八深深轉) - 밤 깊어 은은히 백팔염주 세고 있으니
지공성훤뇌객안(只恐成暄惱客眼) - 이 소리 시끄러워 길손 깰까 두렵네
위 시는 노힐부득이 암자로 찾아든 낭자를 방으로 들이고 책을 읽은 정황으로 추정해 봤다.
註 : 노힐부득(努肹夫得)의 圓融性과 달달박박(怛怛朴朴)의 當爲性에 관하여 을 뿐 특정종교를 찬양할 뜻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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